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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언 시인 / 한 표정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3.

김언 시인 / 한 표정

 

 

  기쁨과 슬픔과 짜증이 한 표정

  즐거움과 의심과 분노도 한 표정

  너는 왜 한 사람인가

  혼란과 지루함과 후회도 왜 한 사람인가

 

  풀밭의 토끼는 외롭다

  저렇게 장난스러운 토끼는 처음 본다

  저렇게 흡족한 토끼도 처음 본다

  저렇게 흥분하고 저렇게 공포에 떨고 있으니

 

  여러분이 있어 내가 웃는다

  당신들이 있어 나는 회의적이다

  믿을 수 없이 많은 귀를 잘랐다

  토끼가 어디로 갔나

  토끼가 어디로 갔나

  귀를 쫑긋 세우고

 

  한 사람이 대화하고 있다

  그것도 표정이라고

 

  외로움과 갈망이 냉소와

  또 한 사람이

  악수하고 돌아설 때

 

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발표

 

 


 

김언 시인

1973년 부산에서 출생. 1998년 《시와사상》에 <해바라기> 외 6편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숨쉬는 무덤』(천년의시작, 2003)과 『거인』(랜덤하우스중앙, 2005), 『소설을 쓰자』(민음사, 2009) 등이 있음. 2009년 미당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