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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선안영 시인 / 통기타 치는 남자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3.

선안영 시인 / 통기타 치는 남자

 

 

  눈물 젖은 눈동자에 갇혀버린 밤이 있네

  지문 닳은 손가락으로 긴 머리 쓰다듬어

  애인을 무릎에 누인 채

  한 숨결로 우거지네

 

  雨期의 폭포처럼 무너지는 밤이 있네

  빈 마음 공명되어 둥그렇게 파문 일고

  세차게 악기를 울리듯

  날 울려도 좋겠네

 

  홑겹의 꽃잎 같아 신열이 들끓는 몸

  이마를 어루만지듯 뛰지 않는 맥을 짚듯

  등 뒤로 다정히 안고서

  두 심장을 포개네

 

  그대에겐 내가 스밀 수 있는 길이 없어

  흰 봉선화 으깨져 붉은 빛깔 불러오듯

  그 환한 물이 들고파

  까치발 든 밤이 있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선안영 시인 / 풋 앵두

 

 

  갓 돋은 가슴 쥐며 아프다는 열세 살 딸애

  녹두알만한 꽃눈처럼, 잎눈처럼 자리 잡아

  수줍게 부풀어 오를

  아, 봄날의 꽃봉오리

 

  어머니는 아프고 덜 여문 내 젖가슴에

  새빨간 아까징끼 발라서 후 후 불어

  새 숨을 불어넣다가도 푸

  푸훗- 자꾸 웃으셨네

 

  딸아이의 젖가슴에 약 발라 불어주다

  나도 풋- 자꾸만 웃음이 번져오네

  球根을 옮겨 심은 듯

  입과 입 숨을 타는,

 

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선안영 시인

1966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했다.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초록몽유』(고요아침, 2008)이 있다. 제7회 전국 금호시조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