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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호 시인 / 도망자
눈 뜨면 새벽이다. 호출할 수 없는 이름이 나의 이름을 호명한다. 호출 당한 나를 쫓는 하얀 말발굽 소리를 듣는다. 지금의 반만 했을 때 나는 말의 꼬랑지를 만지작거렸다. 내 허벅지는 말의 발길질을 간신히 피했지만 내 전부가 피한 것은 아니었다. 나의 영상엔 생길 뻔한 상처의 피고름이 맺혀 있다. 그 날 이후 말에 쫓기는 꿈을 꾼다. 얼굴이 지워진 기수는 내가 쓰는 이야기 밖으로 나를 내몰았다. 나는 비가 오는 거리로만 쫓겨 다녔다. 왜 땅이 젖기도 전에 키가 자라는 것일까. 불안이 계절되어 쏟아졌다. 내가 쓴 이야기를 말이 지우는 이야기가 지어졌다. 나는 이야기 사이로 달아나는 도망자 내가 만진 말에 쫓겨 내가 하는 말에 매달린다. 혈액도 없고 살갗도 없는 수증기처럼 떠도는 말 말 울음소리가 공습처럼 울려 퍼진다. 무섭게 휘날리는 말의 갈기를 바라본다. 대롱대롱 매달린 나를 바라본다. 눈 감으면 아침이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박장호 시인 / 리빙 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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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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