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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예현연 시인 / 늙은 집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5.

예현연 시인 / 늙은 집

 

 

  이 집도 새 집이라 불리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오래된 집은 음흉하다.

  푸근한 척, 너스레를 떨며

  낡은 배관, 삐걱이는 층계, 녹슨 창틀을 감춘다

  내 유년의 한 때ㅡ 목련나무가 있던 나무대문집의 기억을 건드리며

  자신의 낡음과 불편함이 세월의 흔적이라 미화한다

 

  늙은 집은 늘 자신을 조심스럽게 다루라고

  그렇지 않으면 네가 불편할 거라고

  아니, 네가 나를 떠받든다 해도

  나는 낡고 부서진 게 당연하다고

  그게 바로 자신이 버티는 방식이라 주장한다.

 

  오래된 집은 나의 적의를 알고 있다

  그러나 불편함에 길들여진 내가

  자신을 떠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봄호 발표

 

 


 

예현연 시인

1978년 경남 진주에서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유적〉이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