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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민 시인 / 껍질
언제나 플러그가 꽂혀 있는 무선청소기 온종일 전기를 마셔도 정작 실전에선 일 분도 못 버티고 신음을 토하지 하루하루 소멸을 삼키는 늙은 고양이 무선청소기 속엔 시간의 지층이 있지 몸을 떠난 머리카락들 하나둘 거두어 똬리 틀 듯 켜켜이 사려놓은 것은 머리카락 사이를 떠도는 먼지들이라네 밤이 되면 그 하얀 먼지들 별처럼 빛나지 검은 머리카락들은 거대한 은하계가 된다네 무선청소기는 우주를 품은 별들의 자궁 늙은 고양이가 가르릉 가르릉 신호를 보내면 온 우주가 운행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지 윙윙거리던 진동이 멎는 그 순간 우주의 심연을 뚫고 어린 별들이 깨어난다네 그런 밤이면 많은 별들이 한쪽으로 쏟아지곤 했지 사람들은 유성이라 불렀지만 나는 알고 있었네 그것이 어린 별들을 품었던 둥근 껍질이라는 걸 오늘 늙은 고양이의 도시엔 불빛들 흥건하고 멍울진 빛의 무덤가에서 올려다본 하늘엔 별들의 주검 아슴아슴 반짝이고 있네 나 이제 목울대 치밀던 뜨거운 욕망을 벗네 새하얀 먼지 되어 새벽까지 그리운 별들 앞에 서네
웹진 『시인광장』 200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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