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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선 시인 / 낙타들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31.

정선 시인 / 낙타들

 

 

소금 피어나는 에버랜드 찾아

낙타가 간다

소년이 간다

그 뒤를 노인이 따라간다

모래바람 맞으며 붉은 사막이 된

낙타를 밟고

불타는 행렬이 끄덕끄덕 졸며 간다

맨발로 걷는 이 뜨거운 땅 다나킬

도무지

삶에는 자비가 깃들지 않아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소년이 낙타가 되고

노인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낙타인 채로 돌고 돌아

사십삼 일 동안 얻은 소금 몇 자루

시퍼런 혹은 등짐 진 낙타의 마지막 비명

 

세상의 속울음은 여기 한자리에 고였다

사방이 고통꽃으로 환하다

등에 혹 하나 달고

리야드로 상파울루로 타슈켄트로

사각빌딩 속을 헤매다

머리를 동쪽으로 눕히며

 

뼈째 누워 사막이 되는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정선 시인

2006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 『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와 『안부를 묻는 밤이 있었다』와 에세이집 『내 몸 속에는 서랍이 달그락거린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