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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정숙 시인 / 나비가 되는 공식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31.

황정숙 시인 / 나비가 되는 공식

 

 

마타리 꽃밭에 저 나비고치는

죽음으로 가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밖에서 보면

고치는  배를 깔고 엎드려 내일을 움켜쥐고 있다

수없이 고치 안에서 돌았던 길

푸른  허공 속으로 가라앉는지

마타리 뿌리들이 구름을 칭칭 동여맨다

꼼짝할 수 없는  그 나비 몸에서 꺼낸

풍경이 어둠 속 깊이 빨려든다.

 

햇빛이 죽음을 통과하면 나비도 마타리꽃의

향기를 기억한 노란 꽃잎처럼 미래의 시간을 깨울 것이다.

글자와 숫자가 계절 속으로 사라지고, 절망이 빛난다.

 

마타리 꽃밭에서 빈고치를  풀면

나비가 되는 공식

투탕카멘 형상의 고치가 미라처럼 벗겨졌다 붕대에서 날개가 자라났다.

 

나는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자신을 찢고 나비가 되는

생각이, 낡은 끈처럼 끊어지는 것이다.

 

신발 안에서 쿨렁쿨렁 소리들이 나를 만진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황정숙 시인

1962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 2008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2012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으로 『엄마들이 쑥쑥 자라난다』(한국문연, 2012)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