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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심명수 시인 / 겨울 장미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31.

심명수 시인 / 겨울 장미

 

 

  마른기침과 재채기를 번갈아한다

 

  곧 폭설이 내릴 기세로

  먹구름 속에서 바이러스가 동남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제때 피우지 못한 꽃은 항상 충돌을 야기 시킨다

 

  오래된 빌라 맨 끝 층

  머리가 간지럽다

 

  천장에서 쥐들이 때마다 바닥을 갉아대고

  나는 책상을 끼적인다

 

  야심한 밤 하필 손톱 사이가 붉어진다는 것은

  머지않아 신열(身熱)의 밤을 야기하는 것

 

  천둥이 칠 요량으로

  또다시 잦은 기침과 콧물이 간질간질하다

 

  어느 순간 천장이 뻥 뚫려

  기분 꿉꿉한 놈이 뛰쳐나오기라도 하면

 

  나는 몸서리치듯 기겁하여 천둥과 번개를 내지르곤 하지

 

  고름처럼 애처로이 척 달라붙은 독감, 인플루엔자

  미열(微烈)의 꽃은 성호경을 외며

 

  붉은, 신열의 밤 나는 핀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심명수 시인

201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