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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진옥 시인 / 어제와 다른 해가 떴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31.

이진옥 시인 / 어제와 다른 해가 떴다

 

 

익숙한 세계가 사라지고

낯선 세계로 미끄러졌다

이 행성의 이름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잠과 먹이는 까칠하고 의복은 피와 눈물에 젖었다

 

이방의 행성에서 꾸는 꿈이다

낙타의 혹과 혹 사이 구릉에 앉아 혹을 자른다

눈물이 사막에 떨어진다

눈물이 사라진 자리에 피는 소소초(蘇蘇草)*

낙타는 입안 가득 소소초(蘇蘇草)를 씹으며

모래에 빠진 발을 힘겹게 끌어 올려 길을 찾지만

태양은 길을 감추고 신기루만 보여주고 있다

그 많던 길은 어디로 갔을까

마비된 혀에 갇힌 말은 길을 물을 수 없다

 

잃어버린 길 따위는 밀어두고

미끄러짐에 대해서 생각하자

불량한 언어가 혹을 자른 것인지

가시가 된 눈물을 씹으며 침묵을 강요당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금기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몸을 잃고 눈물을 얻으라는 거래가 온당한 것인지

바람과 모래의 거친 불화 속에서도

웃으며 가시를 내밀 줄 아는 그대

어찌 이리 따뜻한가

 

*낙타초라고도 불리며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이진옥 시인

안동에서 출생. 2010년 《예술가》를 통해 등단. 예술가작가회 회장. 군포예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