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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석 시인 / 구름 낀 문장
배 한 척이 푸른 콧수염 휘날리며 항구로 들어서고 있다
먼 우주에서 유성우가 해변의 결혼식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듯
폭죽이 터지고 장미와 피가 구름에 스민다
저 멀리 도시에서 어둠은 흰 붕대처럼 풀어지고 밤마다 섬 해안선 따라
온몸을 고대의 어휘로 문신한 나신의 여인들이 검고 긴 바늘 춤을 춘다
땅의 입과 하늘의 항문을 촘촘히 꿰매어 움직이도록 숨 쉬도록
나는 어두운 급류 너는 눈보라 치는 사막, 우린 구름 낀 문장
낮과 밤이 사라지고 무모한 장미는 찢긴 눈이 아름답다
하얀 드레스 길게 끌며 바다 위로 걸어오고 있다 또 한 척의 도도한 배가
월간『현대시』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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