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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원 시인 / 침묵의 종류
언론은 말 대신 흰 마스크를 팔기 시작한다 마스크 끈을 귀에 걸고 입을 봉쇄 침묵에는 귀의 협조가 필요하다 입안의 말을 모두 꺼내고 X 하나를 넣는다 혀가 복종의 맛으로 굳어질 때 목구멍은 짧은 시간에 퇴화한다 콧김은 축축함으로 마스크에 어둠을 적고 입술은 닫힌 시간을 견딘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 물리는 재갈 타의적 묵언이다 이것이 성립되려면 두 손, 두 발을 묶어 주어야 성립한다 비명은 불구의 맛을 느끼고 검은 구멍 속으로 떨어진다
음 소거는 소리를 없애고 무성이 된다 입 모양은 자유로워 온갖 욕설 타인을 위한 비난과 협잡이 허용된다 입 모양 가지고는 처벌할 수도 말의 모양을 비난할 수도 없다 누군가의 뒤에서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자의로 또는 타의로 침묵의 시위를 한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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