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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시인 / 이 책을 다시 숲으로 되돌린다면
이 책을 다시 숲으로 되돌린다면 내가 읽던 이 구절은 숲의 어느 부분에 새겨져 있을까 자작나무 밑동쯤일까 잔가지 겨드랑이쯤일까 숲은, 인간의 말들을 어디쯤 철지난 현수막처럼 걸치고 있을까
이 책을 다시 숲으로 되돌린다면 밑줄 그은 이 구절, 나무의 살갗에 새긴 문신은 흐려질까 한 땀 한 땀마다 솟아났던 푸른 울음들은 새살 돋을까 숲은, 가시철사처럼 파고드는 문장들을 뱉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을 다시 숲으로 되돌린다면 제 소리를 갖지 못하는 이 구절은 사라지리라 매미, 쓰름매미, 숲에는 제 이름으로 노래하느니 숲은, 탈피 껍질처럼 텅 빈 인간의 문장들을 빗방울처럼 떨쳐 내리라
웹진 『시인광장』 200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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