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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이 시인 / 언덕 위의 집
떠나간 사람들의 신발이 보였더랬죠 외짝으로 앉은
숨바꼭질이었지만 눈 뜨자, 꾸리지 못한 이삿짐 달가닥 이 빠진 소리 냈는데요 때때로 해진 빗줄기 그어져 갈라진 뒤꿈치 추웠더랬죠 뾰족한 잎들이 밑에서부터 말라가는데 나 역시 한 해를 살다가나 봐요
바람이 공병에 시푸른 입술 대면 나 언 손 불었더랬죠 할머니는 그저 숨 안으로 궁굴리며 분꽃씨로 늙어가고 싶댔는데 그때 나, 할머니의 꽃무늬 구두 반짝이게 닦아줄래요
온 산 활활 물들이는 소리, 등성이 타고 앞마당까지 내려왔더랬죠 잡목들 파수 서던 언덕 위의 집. 날 앞서 늙는 씨앗 수북이 배달됐더랬죠
지금도 마당가에는 배냇젖을 뗀 감꽃 마냥 져요 뚝. 뚝. 성급하게 해가 져요, 하학종이 들리고 사람 태우지 않는 화물열차 지나가요 기-일게 기-일게 나는 코스모스 돌아 집으로 가요 풋감을 드시는 그리운 할머니, 나는 왜 자라지 않나요
웹진 『시인광장』 200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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