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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운기 시인 / 시골 서점에서 시집 찾기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8.

고운기 시인 / 시골 서점에서 시집 찾기

 

 

  꿈이었다, 새벽녘

  하필 거기서 그이의 시집이 필요했을까

 

  마음에 담아 둔 온갖 일이 뒤범벅되어 나타나는 꿈

 

  시골 서점에 그의 시집이 있을 리 만무했는데

  그래도 찾겠다 나섰으니 꿈이어서 그랬나 무지해서 그랬나

  흘러간 세월만큼 어리석어지는 마음이여

  잊었다고 잊지 않고

  잊지 않겠다고 생각나는

  사람이 사람은 아니었다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얼마나 더 많은 무지가

  이 꿈을 깰 것인가, 시골 서점에서 그이의 시집을 찾으며

 

  있을 리 없는 그래서 있는 무슨 물건이 내 마음에 들어와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고운기 시인

1961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 한양대 국문학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 및 박사 과정 졸업.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등이 있음.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