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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시인 / 미술관
교양은 협박일까. 깨끗하고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다 멋지다, 생각하는 것은 폭력적이다 미술과 마술을 본다
소크라테스와 스파이더맨 조각이 있다 하나는 수직으로 서 있고 하나는 천장에거꾸로 붙어 있다 둘 다 휘어진 얼굴을 하고
철학과 공상이 서로에게 누드를 보여주고 있다 대결하는 것일까?
새마을 시장 철물점에 사내가 있다 사내는 철사의 굵기를 잘 안다 잘 안다는 게 심심해서 사내는 자신의 음경을 꺼낸다 조각 같은 주상복합 빌딩을 향해 흔든다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맑다
긴장한다 부끄러움은, 사내는 선거 포스터 앞에서 정액을 쏜다, 중요한 걸 벗지 않는 지점까지, 긴장한다 폭력이 있어서, 거리는 상쾌하다 사내는 치약 거품을 뱉는다 뉴스처럼 작품처럼
나는 출근하다가 사내를 본다 두 조각이 서로를 보고 있다
미술관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하다 교양은 게으르다
월간 『시인동네』 2019년 11월호 발표
이지아 시인 / 여름 나무들은 계속 장발이 되었지
어떤 고어의 건너편에 가기 위해 가방을 팔아야 한다. 나무들이 서 있다. 지상을 들고 다니던 손잡이처럼. 강아지 한 마리를 산다. 데리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가방이라 부르기로 한다.
가방, 거기에 싸면 안 돼, 착한 짓을 해야 간식을 주지. 가방, 알았지. 조용히 있어.
퇴원한 아버지 혹은 아무거나 머물던 자리. 베개도 없이 가방을 베고 잤다. 추웠어. 계속 추웠지. 퇴근 후에 잠에게 용서를 빌면 된다. 씨앗은 눈을 옮기고. 사람을 옮기고. 목도리. 도리 도리.
가방. 너도 멀리 갈 거니.
가방이 짖는다. 나를. 보면서. 새침하게. 나는 계속 흐느적거리는 문장을 말한다. 흐느적거리는 공예가 될 테야. 결의도 없이. 세계인이 즐기는 공예 축제는 계속된다.
특이하고. 온유적이고. 감각을 잃지 말고. 유유자적 용맹스럽게. 목도리. 목을 조르며 아버지는 내 머리카락을 다 가져가신다.
계간 『시와 문화』 2020년 봄호 발표
이지아 시인 / 죽어가는 레티지아를 보는 것은 왜, 짜릿한가
나의 베이비 식물의 축제에는 참석하지 말기로 해요
여기가 더 재밌으니까 그러니까 비가 온다 메에에, 젖은 양들에게 치킨 버거를 돌리는 건 어떨까
나의 베이비 나의 작은 방 주유소 간판을 뜯어오고 싶어서 기름을 두른다
네 요리는 최고의 아류가 아닌가
이유는 복잡하고 반응은 가볍게 튀겨지리라 에헴, 코는 옆에서 봐야 높이를 알 수 있다
진짜 패를 돌릴까. 전쟁이 끝나고 나태가 끝나고. 창문이 글썽이네. 큰 아빠 작은 아빠 큰 애들 작은 애들.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로 확대되네. 그러나 빗물의 정치는 박애
나의 딸랑이를 모아 베이비를 늘릴까 씽글이네 딩동 아직 빙글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해 화분을 오븐에 넣고 돌린다
이불 속에서 우리는 한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불 속에서 우리는 생산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조합원에서 탈퇴한 사내의 복부는 참으로 근사하다
한 달 동안 우유를 마셔요 위에게도 나눠 줘요 튼튼해지게
결합의 상대는 그 대령이었는지 그 대통령이었는지 대수의 집합에서 튀어나온 스위치였는지 모르겠다. 밖에는 비가 온다. 변함없이. 나의 베이비. 죽어가는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간다.
월간 『시인동네』 2019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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