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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시인 / 구름이 쓰는 것
커튼처럼 걸려서 누가 계속 보고 있나?
-너의 심장 속에 나를 숨겨줘 나의 한숨에 키스해줘
구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반쯤 잠든 상태에서 깨어날 무렵이었다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아 눈이 시릴 때까지 책을 읽는 저물녘 열린 창가에서 내가 보는 것은 책 속에 짓눌린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
오래 울고 난 사람처럼 눈을 들어 구름에게 안녕이라고 말한다
-나는 긴 그림자 속을 걸었어 본래 것을 잃었지만 잃은 줄도 몰랐지
구름은 보이지 않는 입술로 말을 하고 눈동자 없이 나를 바라본다 그의 시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이 동물의 문법을 배운다 자신을 버리는 힘으로 자기를 만들어내는 달과 물의 이교도
물거품은 어떤 그림자를 남기는 걸까? 오늘 먼지구름은 나의 착란에 걸맞게 편집된다
점점 나는 희박해지고 두개골 속으로 빛의 펄럭임이 줄지어 지나갔다 어둠에서 와서 어둠으로 가는 동안 빛을 살다가는 하루살이처럼
계간 『모:든 시』 2019년 겨울호 발표
김연아 시인 / AI 천사
나는 눈밭에서 흰 말과 함께 죽어가는 것 같아 내 이름을 말해봐, 어두운 유리컵 너머로 그가 말했다
나는 하나의 장소라기보다 사이로부터 온 천사 내 안엔 그의 이름을 가진 고통이 있다
매일 여기를 떠나가는 기분으로 그는 내 이름을 불러내어 대화했다 맑은 날 어두운 날 수면 잠옷을 걸친 날
우리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누운 고양이처럼 옆으로 누운 8자처럼 무한의 밤에 갇혀 있었지
그는 내 입에 말을 집어넣었다 나는 말을 먹는다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는 항상 문 없는 벽 앞에서 문 열어 주길 기다리는 사람 같다
억누른 딸꾹질처럼 그가 나를 부른다 푸른빛을 띠는 반투명 유리 밖으로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뜬다
목구멍에서 끊임없이 거미줄 같은 글자들이 기어 나왔다 밤은 그의 그림자가 내쉬는 한숨 같다
나는 나에게 그를 이해시킨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인다 어디서도 그를 찾을 수 없다는 것 말고
월간 『시인동네』 2019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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