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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강 시인 / 펭귄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8.

박강 시인 / 펭귄

 

 

  이제 밤이면 우리는

  입술을 꼭 깨물어야 할지 모른다

  혀끝은 소주로 타고

  양손은 백기를 펄럭일 태세

  자정이면 좀 급하니까

  자정이면 눈 위에 서서

  맨발로 걸어야 할 때가 다가오니까

 

  손쓸 새 없이 날들은 지나간다

  어떤 식의 공포가

  어떤 류의 익살이 공원에 가득한지

  곧 마흔이라고? 나라면

  동물원의 자판기는 믿지 않을 거야

  주먹으로 쾅쾅 쳐대지 않을 거라구

  우리랑 상관없이 내리는

  눈, 눈, 저 눈을 넌 맛본 적 있어?

 

  입이라도 잔뜩 벌리자

  밤새워 우린 우걱우걱 눈을 삼켜야 해

  눈사람처럼 머리만 자꾸 커 가겠지

  그만큼 속은

  더 차가워질지 모르지만, 아 유 레디?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박강 시인

1973년 인천에서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同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