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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지순 시인 / 해바라기 칸타타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7.

김지순 시인 / 해바라기 칸타타

 

 

  누구든 해바라기를 주지 마세요

 

  얼굴이 무서워 열아홉, 태양의 전차로 굴러 갔어요 나비와 나방이 섞인 별들의 꽃밭에서 샛노란 바퀴를 벼렸어요 꽃이름으로 피어난 키 작은 나라들이 굽신거렸어요 벚꽃나라 아이리스나라 장미나라 매화나라에 설익은 말들이 금비를 뿌렸어요 색색 나라마다 소망을 적어올린 향기로 울타리를 쳤어요 녹색 성장 개벽을 알리며 갈기 휘날리는 열아홉 조공으로 올라온 향기, 관능적이고도 관념적인 파발로 띄워졌어요 후지산 고비사막 록키산맥 바이칼호수 모두 색향이 달라 해바가기 중심으로 참참 역참을 두었어요 수억만리 초원과 사막이 더 필요한 나의 왕궁은 산 1번지, 밤마다 진군을 알리는 풍문이 둥둥 북을 쳤어요

 

  백야의 하늘이 머리통으로 들락거렸나요 저 아래 은화식물로 뻗어나간 의심에 몽정을 했어요 기침을 하다 콜록콜록 뭉개버렸어요 다양한 기쁨의 키질로 제조 했어요 볕뉘처럼 비치는 게이사를 따라 양귀비에 빠졌어요 나타샤를 찾아 참참마다 향기공양으로 슬쩍 한눈 파는 열아홉 고소한 햇빛 냄새가 진동했어요 점점 얼굴이 까매졌어요 옴옴 귓바퀴를 흔드는 구루의 만트라가 들려왔어요 붉은 말의 사원에는 꽃댕강나무들이 댕강댕강 종을 쳤어요 수많은 말발굽 소리로 친서가 전달되었어요 고삐 조여 무거운 말들이 꽃잎 상형문자로 피어올랐어요 바람의 높이와 너비로 하늘을 오르는 나의 오벨리스크, 판옵티콘

 

  이제 고딕풍 해바라기로 돌려주세요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김지순 시인

1960년 전북 익산에서 출생. 인하대학교 사회교육과 졸업. 2007년《시에》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