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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후 시인 / 유괴된 저녁
이곳은 저녁이 없는 방
스위치와 전구와 어떤 팻말과 자장가와 깨물 유두마저 없는 허방 없는 게 많아 슬픈 태아들은 싱싱한 탯줄을 배고 붉은 낮잠을 헐떡인다 배꼽이 더디게 아물어가는 동안 말라있는 수도꼭지로 몰려오는 젖은 입들 항문까지 차오른 갈증에 몽고반점들이 서로 맞대어 입을 벌리는 순간, 봉인된 창문으로 처녀막처럼 얇은 햇살들이 턱받이까지 배식된다 그림자를 편식하던 태아들은 기형의 울음소리를 딸랑, 딸랑, 딸랑 태아 얼굴이 인쇄된 전단지가 창문을 모두 가리기 전까지 식사를 마쳐야 한다 곧 태아들에게도 저녁은 올 것이다 쌍둥이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깨물며 잇몸을 단단히 하는 버릇을 들인다 이곳에서 사육당한 습관은 곧, 습성이 된다 천장에 깜박이는 전등이 없다는 것은 태아들을 위한 마지막 장식 방문이 열리자 수많은 태아들은 자궁 밑으로 쏟아져 내린다 엄마라는 말보다 더 빨리 배운 언어로 서로를 부르는 동공들이 새카맣다 방을 떠난 태아들의 새카만 발자국이 현상되었다 지상을 뒤덮을 태동에 저녁은 또 한 번 오지 않았다 무덤에 놓인 검은 탯줄 한 송이와 함께.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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