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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시인 / 나비의 집, 고요
나비와 무덤과 석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책 갈피 사이에 숨은 수많은 나비 떼를 잡으려는 너에게 들려줄 이야기다 나비는 본래 세상의 책 속에 살지 않는다 그 나비가 날아가는 길은 언제나 해질녘 서녘 하늘이 붉게 황혼으로 물든 길이다 나비는 왜 하필 그 길에 날아오르는가
너의 나비는 무게가 없다 너의 나비는 형태가 없다 색도 없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은 너의 나비가 날고 있는 길은 시간 밖의 길 무덤으로부터 와서 이미 너를 지나 석양의 붉은 빛이 그의 등을 비추는 길
나비의 날개는 붉은 석양에 물들지 않는다 무덤에서 왔으며 날개짓 한 번 없이 너를 지나갔으므로 아무것도 기록된 것이 없는 책 속에 숨은 나비 기록된 것이 없어 책이 아닌 책 나비의 집, 고요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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