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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인희 시인 / 나비의 집, 고요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0.

김인희 시인 / 나비의 집, 고요

 

 

  나비와 무덤과 석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책 갈피 사이에 숨은 수많은 나비 떼를 잡으려는

  너에게 들려줄 이야기다

  나비는 본래 세상의 책 속에 살지 않는다

  그 나비가 날아가는 길은 언제나 해질녘

  서녘 하늘이 붉게 황혼으로 물든 길이다

  나비는 왜 하필 그 길에 날아오르는가

 

  너의 나비는 무게가 없다

  너의 나비는 형태가 없다

  색도 없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은 너의 나비가 날고 있는 길은

  시간 밖의 길

  무덤으로부터 와서 이미 너를 지나

  석양의 붉은 빛이 그의 등을 비추는 길

 

  나비의 날개는 붉은 석양에 물들지 않는다

  무덤에서 왔으며

  날개짓 한 번 없이

  너를 지나갔으므로

  아무것도 기록된 것이 없는 책

  속에 숨은 나비

  기록된 것이 없어 책이 아닌 책

  나비의 집, 고요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김인희 시인

199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1992년 첫 시집『아담의 상처는 둥글다』 출간. 1993년 스토리시집『물을 찾아서』로 대산재단 창작 지원금 수혜. 1994년 월간 『현대시』에『불의 오르가슴』 연작시 1회 40페이지씩 4달간 연재. 1994년 2시집 『별들은 여자를 나누어 가진다』 출간. 1996년 계간 시와 사상에 세 번째 시집 『여황의 슬픔』 연재. 1996년 3시집『여황의 슬픔』 출간. 1997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7년 시집 『시간은 직유 외엔 그 어떤 것으로도 나를 해석하지 말라하네』출간. 2001년 문예진흥원 정보화 지원 수혜. 2007년~ 2010년 계간지『시선』 자전적 의식해부학(의식기하학) 에세이 『언어게놈지도를 찾아서』연재. 2010년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