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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계헌 시인 / 삼월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0.

송계헌 시인 / 삼월

 

 

  신이 걸쳐놓은 나뭇가지의 물음을 받아 적는 저녁

  벌레도 가르쳐 주지 않아 천 번 더 묵음으로 헤아리네

 

  그 대답 얻으려면 이 세상 가장 낮고 비루한 이름들

  무릎 위에 불러 모아야 하네

  무를대로 무른 진흙 손가락으로

  그대 듬성듬성 눈썹자리를 어루만져야 하네

 

  삼월의 뿌리는 가장 투명한 물길 아래로 뻗어나갈 것이다

 

  분주한 발길로도 돌아설 수 없는 첫 마음은

  왜 지상의 틈새로만 기우는 것인지

 

  잔광의 깃털로 새겨진 산수유 산수유

  침묵이 지어낸 종달새 음표 음표 사이로

  한 소쿠리 어둠은 나뭇가지의 물 오른 살집이 되기도 하네

 

  삼월의 팔은 쓰러진 자의 등을 일으켜 세울 것이다

  너무 많은 입술이 부르는 사소한 사랑 뒤켠으로

 

  바람의 신발 끝에 묻은 잔설 천천히 녹아 내리는 저녁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송계헌 시인

대전에서 출생. 공주 교대, 한남대 사회 문화 대학원 문학 예술학과 졸업. 1989년도 《심상》誌로 등단. 시집으로 『붉다 앞에 서다』 등이 있음. 제 9회 대전 시인 협회상 수상. 현재 대전 충남 작가회, 심상 시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