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은봉 시인 / 대전역에서는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0.

이은봉 시인 / 대전역에서는

 

 

  대전역에서는 가락국수 냄새가 난다

  플랫폼에서부터 꿀꺽 침 삼키는 소리 들린다

  지난 시절이 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눈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전역에서는 울음 삼키는 소리 들린다

  대합실에서부터 눈물이 핑 돈다

  지난 시대가 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최루가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전역에서는 아직도 1987년이 맴돌고 있다

  손 흔들며 떠나던 슬픔이 남아 있다

  한 손엔 책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젓가락을 들고

  가락국수를 먹어치우던 절망이 떠돌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이은봉(李殷鳳) 시인

1953년 충남 공주 출생. 숭실대 문학박사.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를 키우니』,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등이 있음. 제12회 한성기 문학상, 제4회 유심 작품상 수상. 계간 『불교문예』 주간 역임, 현재 (사)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