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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희 시인 / 봄은 온다
봄은 온다 서러워 마라 겨울은 봄을 위하여 있는 것
잿빛으로 젖어있던 야윈 나뭇가지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는 따순 햇살을 보아
봄은 우리들 마음 안에 있는 것 불러주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것이야
사랑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 것 인내하며 가꾸어야 꽃이 되는 것이야
차디차게 얼어버린 가슴이라면 찾아보아 남몰래 움트며 설레는 봄을
키워보아 그 조그맣고 조그만 싹을
홍수희 시인 /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홍수희 시인 / 봄이 오신다기에
창을 열고 먼발치에서 내려다봅니다
오늘도 당신은 잰걸음으로 바쁘게 오가시더니
문득 멈추어 서선 이쪽 창을 물끄러미 올려다봅니다
나는 압니다 당신의 시선이 나에게 머무는 시간이라는 것은
당신이 어느 한적한 일요일, 화분에 꽃씨를 심던 시간보다도 훨씬 짧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은 왜 이리 가슴이 설레일까요
저만치 봄이 오신다기에 내 마음 한없이 너그러워져
밤을 새워 벼린 질투의 날이 부드럽게 익어버렸나 봐요
홍수희 시인 / 부치지 못한 편지
오늘도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나의 하루 지치고 고달펐거늘 그대 생각에 조금은 행복했노라 보지 않아도 내 마음 거기 있노라 꽃은 지고 다시 피나니 이제 기척 한 번 주시기를 나 여기 있다 한 말씀 하여주시기를 때로는 투정 섞어 적어보지만 끝내 부치지 못하는 편지 내 마음 이미 그 곳에 있어 계절의 오고 감이 그저 섧거늘 행여 연약하다 책망하실 까 쓰고서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 행여 가벼웁다 눈 흘기실 까 목메여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 내 마음 한 켠엔 수북히 쌓여만 가는 그대가 읽어야 할 편지가 있네
홍수희 시인 / 사랑의 상처
세상 모든 것이 지난다 해도 지나가지 못하고 남을 것입니다
다른 모든 상처는 헛되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너만은 영원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그대 마음을 다한 사랑이었다면 슬퍼하지 마십시오
사랑의 상처는 다시 사랑을 남기고
비록 되돌아오지 않는 관심이라 하더라도
사랑은 다시 어디선가 생명을 틔워 내리니
사랑의 상처는 헛됨이 없어 아름다운 끝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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