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희 시인 / 행복한 결핍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하나 내게 있으니 때로는 가슴 아린 그리움이 따습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주고 싶은 마음 다 못 주었으니 아직도 내게는 촛불 켜는 밤들이 남아있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올해도 꽃을 피우지 못한 난초가 곁에 있으니 기다릴 줄 아는 겸손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내 안에 찾지 못한 길이 있으니 인생은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기 때문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 내 안에 무엇이 또 자라난다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홍수희 시인 / 호수
먼 길이었네 네게 가는 길 너를 찾아 길을 나설 때마다
늘 낯선 그 길이어서 가는 길 고달프고 외로웠지만
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그리움도 내게는 병인 까닭에
열 펄펄 끓는 이마로 너를 찾았네 찾으면 네가 거기 있었네
내 눈 속을 네가 들여다보네 네 눈 속을 내가 들여다보네
거기에서 죽지 않는 사랑을 보네 먼 길이었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
홍수희 시인 / 희망과 절망사이
살다보면 그런 날 있지 않겠나
다시는 희망이라는 달콤한 입발림에 속고 싶지 않은 날 제딴에는 철저히 속았다 싶어 절망이여 너와 벗하여 휘청이고 싶은 날 찌그러진 깡통처럼 온전히 으깨지고 망가지고 싶은 날 그런 때 뒤를 돌아보게나 희망조차 나에게는 절망이었다는 야릇한 그거, 희망이라 이름 붙인 그것이 바로 안으로는 절망이었다는 아! 아! 아릿한 그거, 이제 이름을 바꿔보게나 나에게는 절망이 이제 희망이라네 희망이 바로 다정한 절망이라네
홍수희 시인 / 희망하는 기쁨
침묵하는 겨울 산에 새 해가 떠오르는 건
차디찬 바다 위에 새 해가 떠오르는 건
하필이면 더 이상은 꽃이 피지 않을 때 흰 눈 나풀거리는 동토凍土에
이글이글 새 해가 떠오르는 건
가장 어두운 좌절 깊숙이 희망을 심으라는 것
지금 선 그 자리에서 숨어있는 평화를 찾으라는 것
희망하는 기쁨, 새해 첫날이 주는 선물입니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영순 시인 / 행복을 추구하는 삶 외 2편 (0) | 2020.06.26 |
|---|---|
| 강연호 시인 / 빈들 외 4편 (0) | 2020.06.26 |
| 이태관 시인 / 동면기 (0) | 2020.06.25 |
| 고재종 시인 / 나비 (0) | 2020.06.25 |
| 이덕규 시인 / 나는 뻥튀기 장수올시다 (0) | 2020.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