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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태관 시인 / 동면기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5.

이태관 시인 / 동면기

 

 

  무논에서 탯줄을 놓친 오리 두 마리를 건졌다

  그들의 울음은 키가 컸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절망이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너희라도 오순도순 살으렴

  헛간 한구석에 울타리를 쳤다

  간밤에 잠이 너무 무거웠나

  잔털 요란한 한 구석에

  오리 한 마리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쌍커플 깊은 두 눈이 아침 이슬을 달고 있었다

  집 떠난 아이는 전화도 없고

  외로움에 기대어라

  병아리 한 마리를 구해왔다

  괭이의 살이 뻗쳤는가

  며칠이 절뚝이며 지나간 아침,

  오리는 두 다리를 편히 하고 누워있었다

  어둠이 두 눈을 파먹어버리기 전까지

  짐승들은 두 다릴 펴지 않는다

  홀로 남은 병아리

  저 혼자만의 시침을 돌리고

  야근에 지친 아내 방 한구석에

  낯선 짐승처럼 웅크리고 누워있다

 

  새털구름으로 새들이 먼 길을 떠가고 있었다

  사람처럼 살아 갈

  두 발 편히 뻗고 누울 날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2월호 발표

 

 


 

이태관 시인

1964년 대전에서 출생. 1990년 《대전일보》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저리도 붉은 기억』(천년의시작, 2003)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