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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익진 시인 / 생각보다 무거운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3.

정익진 시인 / 생각보다 무거운

 

 

  옷걸이에 옷을 건다

  옷걸이가 축 늘어진다

  가볍게 한마디 툭 던졌는데

  그렇게 바닥을 칠 줄이야

  귀에 걸면 귀가 찢어질까

  코에 코걸이, 퉁퉁 부은 코

  생각보다 무거운 것들, 근처의 무게

  얼마나 바보 같은가

  그 정도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유리바닥 위를 걸을 수 있겠는가

  수백 개의 못을 쳐봐도 고정되지 않은 생활

  문의 손잡이가 흘러내린다

  표면 위로 떠오른 진실과

  눈을 감고 물속으로 가라앉은 후에야 밝혀진 질병

  밥그릇의 무게로 움푹 패인 식탁

  또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무거운 삶이라는 것

  바보 같다, 얼마나 바보 같은가

  손바닥에 새겨진 운명을 아무리 바꾸려 해도

  소용없는 것처럼

  숟가락은 내 손에서 떨어질 날이 없다

  생각보다 무거운 것들

  아무 생각도 없이

  잘도 가라앉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8월호 발표

 

 


 

정익진 시인

1957년 부산에서 출생.  1997년 계간 《시와 사상》 제1회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구멍의 크기』(천년의시작, 2003)와 『윗몸일으키기』(북인, 2008)가 있음.현재 부산작가회의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