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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임 시인 / 새 달이 뜰 때 당신이 마신 차는
초하루 새 달이 뜰 때 아마존 사람들은 사닝고 잎차를 마셨다 잎차에 깃든 숲의 정령이 몸의 고통을 쓸어간다 믿었다 달빛아래 가만히 서 있으면 샤먼의 노랫가락에 실려 모습을 드러내는 사닝고 정령
마음이 병들면 뼛속까지 구멍이 생기고 틈새로 재앙이 들어온다 믿었다 원주민의 이마에 나뭇잎 모양의 푸른 손자국이 찍히고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히던 병이 사라졌다
마주보고 있어도 당신에게 닿을 수 없어, 몸을 잃은 뒤에야 서로를 만질 수 있을까 생생한 통증을 낙타처럼 등에 지고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혼자 듣는 저녁, 흔들리는 것들의 중심을 향해 하루가 저문다
먼 숲의 은백양나무 잎이 빠르게 출렁인다 주파수처럼 공중을 떠다니던 숲의 정령이 나무에 실려 내게 오나 무슨 일이 더 일어날 것인가, 주문처럼 펼쳐 보이는 ‘숨어 있는 자들’*의 언어, 수많은 기호를 숨긴 채 나를 부르고 있었지만 더 이상 운명에 대해 묻지 않았다
당신의 노래가 나를 타고 달의 흰 기둥 사이를 조용히 빠져나갔다
*소설 우주뱀 DNA에서 인용
웹진 『시인광장』 2010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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