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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순 시인 / 낙양고분박물관
공간과 시간이 무한히 축소된 거대한 관 지하에 깊이 묻혀있을 시간들 적당한 불빛 아래 죽음으로부터 불려나온 황실 여인 저 여자의 육체가 한때 한 나라의 왕을 후렸을까 삭은 옷매무새에 아름다움과 음란함 마저 전시되어 있다 과학은 그녀의 뱃속에서 아기의 흔적을 읽어내고 이천 년 전 먹은 위 속의 참외씨도 찾아냈다 한 나라의 거룩한 징조를 알려주던 청동 대야는 성묘객이 내민 지전을 받고 쟁쟁쟁쟁, 청동빛 녹슨 기억 뱉어내고 있다 낙양성 십리허에 사라진 영웅호걸들 모두 이곳에 누워있다 유보된 죽음을 응시하는 저 거리가 이 세상 꽃 피고 지는 사이 일까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복원된 기억 어디쯤 나의 미래도 흐르고 있는가 순장된 시간이 나날이 새로움을 낳는 거대한 박물관 밖으로 나오자 복원된 시야 너머 짙푸른 초록이 동공 속으로 와락, 빨려든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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