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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성현 시인 / 틈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14.

박성현 시인 / 틈

 

 

  이팝나무가 꽃잎을 밀어냈다.

 

  이팝나무가 꽃잎을 밀어냈다는 것은 단단한 것들이 부드러워져 그만큼의 내력을 거두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또한 그만큼의 깊이가 허공에 새겨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햇빛이 이팝나무를 덮고 이팝나무도 등 뒤를 돌아보며 잠시 늦은 잠을 뒤척이던 그 틈에

 

  벌 떼가 붕붕거리며 날아와 한 잎의 날개 밑으로 수많은 꽃잎을 빨아들이고 꽃잎이 제 아래 그만큼의 그늘을 흔들던 그 틈에

 

  불쑥

 

  내 몸에서도 착하고 조급하고 물렁물렁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뒤엉킨 채, 마주보며 흘러가는 것들이 이팝나무를 흔드는 풍경을 보기도 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8월호 발표

 

 


 

박성현 시인

1970년 서울에서 출생.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同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졸업(문학박사). 2009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서울 교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