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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시인 / 틈
이팝나무가 꽃잎을 밀어냈다.
이팝나무가 꽃잎을 밀어냈다는 것은 단단한 것들이 부드러워져 그만큼의 내력을 거두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또한 그만큼의 깊이가 허공에 새겨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햇빛이 이팝나무를 덮고 이팝나무도 등 뒤를 돌아보며 잠시 늦은 잠을 뒤척이던 그 틈에
벌 떼가 붕붕거리며 날아와 한 잎의 날개 밑으로 수많은 꽃잎을 빨아들이고 꽃잎이 제 아래 그만큼의 그늘을 흔들던 그 틈에
불쑥
내 몸에서도 착하고 조급하고 물렁물렁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뒤엉킨 채, 마주보며 흘러가는 것들이 이팝나무를 흔드는 풍경을 보기도 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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