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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상 시인 / 옷장 속의 수국(水菊)
옷장 속에 수국이 핀다 문을 닫으면 잎맥마다 어둠을 달덩어리처럼 키우는 수국 주름은 낯설게 밝디밝은 것이었다 마른 가슴 안으로 소리 없이 맺히고 후두둑 떨어지는 금이 간 달
견딜 만한 슬픔 속에서 다들 피곤해할 때 절의 수국만이 수국답게 피어난다 옷장 밖이 옷장 안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옷장 문을 닫으면 수국이 핀다 꽃이란 자신을 비워두고도 멋쩍은 미소 짓는 것
몸을 휘어감으며 다시 번지는 생의 濃淡 그래, 옷장 속에 수국이 보이지 않는다 문을 열면 옷들만이 환한 얼굴을 보일 뿐
공터, 버려진 옷장엔 벌레들이 소란스럽다 이미 자신을 떠나온 지 오래인 수국 벌레들은 이내 사라지리라
저기 멀리 뻗어 있는 길 한 점
웹진 『시인광장』 2010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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