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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옥 시인 / 소리를 찾아서
내 귀가 보이지 않네 귀를 찾아 길을 나서네 숲 속에서 만난 은자가 잎눈을 뜨고 잎사귀를 내미는 자귀나무를 가리키네 허공에 열린 수천 개의 겨자빛 귀가 햇살과 바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네 물소리 따라 계곡을 벗어나자 길목어귀에 귀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보이네 우기가 지나간 와우강 옆에는 바람의 껍질과 메아리만 남은 무소뿔이 쌓여있네 갈림길에서 귀를 잃은 남자가 거미줄에 걸린 소리를 떼어내네 말을 잃은 여자가 석상처럼 굳은 목젖을 문지르네 내이골에 들어서자 꽃들이 피어있는 강가에서 달빛을 긁는 소리가 들리네 거인바위가 온몸으로 우주의 소리를 찾아간 은자들의 행적을 들려주네 내 귀가 그 옆에 앉아 자귀나무 잎사귀처럼 고개를 끄덕거리네 그 소리 옆에 내 귀를 걸어놓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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