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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윤미 시인 / 옆집 게임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8.

강윤미 시인 / 옆집 게임

 

 

  아이가 문을 두드린다

 

  문의 크기만 한 햇살이 등 떠밀려 들어오지만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다’라는 의식이 자물쇠를 잠그자

  우유투입구 속에서 고개를 내미는

  피카츄 인형

 

  나는 인형만 받아들 뿐

  벨을 눌러도

  문을 두드려도

  숨죽인다

  없는 척한다

 

  한때 이곳에 산 적 있는 아이와

  내가 없던 시간은 이사 가지 못했다

 

  문의 심금

 

  죽은 자의 가슴을 두드려 본 사람은 안다

  잠은 오지 않고

  노크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는 밤

  자리를 잡지 못한 소리마다 먼지가 쌓인다

 

  아이를 혼내는 엄마의 목소리는

  내 귓바퀴에서 미끄러진다

  잠자코 있으면 계속되는 게임

  아이가 아이이기를 포기할 때까지

  입술을 꾹 깨물고 있는

  옆집 게임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0월호 발표

 

 


 

강윤미 시인

1980년 제주에서 출생.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200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201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