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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확 시인 / 말뚝망둥어
누군가 보기에 필시 목선 한 척 갯벌에 처박힌 채 대책 없이 낡아가는 순천만 한 구석
위태롭고 초라한 오막살이 구멍 한 채는, 노을 지는 가을 하늘보다 붉고 성난 파도보다 힘센 영혼의 식구들이 깃들기에 넉넉한 크기와 체온을 가진 살림집이었지요
거기서 난 밀물 드는 밤이면 아가미로 숨 쉬며 비할 데 없이 평화로운 침묵을 즐겼던 게으름뱅이,
잘 발달한 가슴지느러미를 끌과 정으로 찰진 갯바닥에 일생의 비밀을 새겨놓거나 꼬리지느러미를 치켜세운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그만 먼 수평선 혹은 지평선에 갇혀 어쩔 줄 몰라 하던 어린 말뚝망둥어,
때로 발정기의 암컷을 두고 등지느러미를 꼿꼿이 세운 채 꼬박 한 나절 동안 으르렁거렸던 한갓 불량한 수컷일 뿐이었지만,
때때로 먹이를 잊은 채 물 밖 갈대줄기에서 몸 말리며 벅찬 자유의 아침 공기를 맘껏 호흡하던 난 정녕 행운아였던가요
결코 어느 수족관에서도 사육될 수 없는 소중한 꿈 하나를 품에 끌어안은 채 연신 물거품이 솟구쳐 오르는 버블 어항의 한 모퉁이 죽음보다 깊은 겨울잠을 청하고 있는, 뭍과 바다 그 어느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튼튼한 영혼의 폐를 가진 난.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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