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공석진 시인 / 가을 사랑 고백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0.

공석진 시인 / 가을 사랑 고백

 

 

낙엽이 비처럼 쏟아지던

어느 가을날 오후

메모가 적힌 시집 한 권

등기 우편으로 보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면

낙엽 한장씩

책갈피에 꽂아 주세요'

 

밤사이 바람이 불어

그대 흔들릴 것 같아

낙엽 잔뜩 모아

다시 소포로 보내 주었다

 

 


 

 

공석진 시인 / 가을 숲으로 가자

 

 

숲으로 가자

상처뿐인 빈자리

아파서

많이 아파서

신음하는 숲으로 가자

 

바람 이는 소리에

행여 임이 오실까

하얗게 새는 밤

동 터 오는 새벽

사랑은 절망한다

 

하도 그리워

파리해진 낙엽

정이 땅에 떨어져

숨죽이는 숲에

입 맞춘다

 

입술 깨물며

조붓이 닫히는 숲

길 떠나지 못하는

슬픈 가을

숲으로 가자

 

 


 

 

공석진 시인 / 가을 유감

 

 

낙엽이 지네

서러움이 밀려오네

치열했던 사랑이

갈빛으로 스러지네

 

그리 가려면

쉽게 오지나 말지

그리움에 치를 떨어

목놓아 울게 하나

 

회한悔恨만 남기고

멈추어 선 시간 앞에

가슴에 남긴 틈을

상처로 비집고 들어서나

 

화려한 축제가 끝난 뒤

사무치는 고독은

떨어지는 낙엽으로

이리저리 해매이고

 

가물가물 나락에 빠지듯

이미 중독된 그리움은

절망이 뒹구는 가을 뒷켠

커피향 가득 머금은 채

 

작별 인사도 없이

하얗게 잊혀진

사랑으로 가고 있네

추억으로 가고 있네

 

 


 

 

공석진 시인 / 가을걷이

 

 

태양은 중천을 넘어서

가을걷이에 분주한 황금 들녘

추억을 베고 행복을 턴다

 

다들 흥에 겨워 한바탕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이면

이 순간 만큼은 나라님이 부럽지 않네

 

하지만 걷어야 할 것이

어찌 알량한 곡식 뿐이랴

스쳐 지나는 옷깃도 걷어야 하거늘

 

골수로 사무치는 회한도

심장에 파고드는 그리움도

차가운 가슴으로 묻어야 하리

 

어찌 무심하게 흔들리는

코스모스 장단에 흥에만 겨워

절정의 가을을 보낼 것이냐

 

볏단을 태워 흔적을 지우듯

한 맺힌 응어리를 털어내어

가을을 걷으리니

 

무진 힘들게 하던 애증도

고독으로 빚은 술로 위로하여

들판에 눈물을 뿌리리라

 

 


 

 

공석진 시인 / 가을전송

 

 

가을을 전송합니다

화려함 남겨두고

빛 바랜 옛 추억을

나들 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

위태로운 정이 매달린

험한 비탈 위

정처 없는 낙엽으로

이별을 강요하신다면

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

이름뿐인 천사

언제든 떠나려는

배낭 짊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

아릿하게 남아있는

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공석진 시인

1960년 경기 송탄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2007년 한류문예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고양문인협회 회원. 전 시와창작작가회 회장. 연합경찰신문 논설위원. 현 현대자동차 대리점 대표. 시집-1집 <너에게 쓰는 편지>. 2집 <정 그리우면>. 3집 <나는 시인입니다>. 4집 <흐린 날이 난 좋다>. 5집 <지금은 너무 늦은 처음이다>. 시화집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