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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순 시인 / 찔레꽃 향기에 쌓인 그리움
모퉁이 돌아돌아 산길 어귀 찔레꽃 향기 초여름 햇살 젖어든 오월
세상에 태어나서 탯줄 떨어진 자리 채 마르기도 전에
하얀 꽃가마 타고 가신 님 그때는 서러움도 그리움도 미처 몰랐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찔레꽃 향기 가슴을 적시면
심장에서 치미는 그리움 목젖을 막아도 그립다. 말못하고 찔레순 꺾어 씹어 삼키며 참아온 세월
서산에 산 까치 지저귀는데 찔레꽃향기 고개를 넘어 아카시아 꽃잎으로 피리를 봅니다
그리워 그리워서 피리를 붑니다
찔레꽃 하얀 계절에
하영순 시인 / 찬란한 노을 빛
쌍계사 깊을 골에 꽃비가 내려 범람하는 섬진강 재첩을 건지려나 은비늘 눈부시다
보리밭을 쓸고 온 실바람 하개 장을 기웃기웃 아낙이 안고있는 봄 향기 받아
우리임 저녁밥상 연두 빛 물을 들여 은잔에 도화 빛 정을 담아 익히리라
붉그레 익은 정 홍화 향에 젖은 마음 물같이 바람같이
보리밭은 지날 때면 보릿고개 추억 담고 흐르는 물길엔 눈빛으로 노를 저어
이래도 가는 세월 저래도 가는 세월 꽃다운 시절은 황혼 속에 물들어 간다
햇빛 고운 오후 한나절!
하영순 시인 / 최고의 습관
일 하루 한 번씩 나만의 감상실을 찾아 묵은 마음을 말끔히 털어 낸다
십 단 십분이라도 고요를 찾아 나를 찾아보는 여유를 가진다.
백 느낌과 내 생각을 백자 이상 컴퓨터란 친구에게 전해 준다
천 천자 이상 남의 시나 글을 읽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만 하루 만 번 땅바닥에 내 존재를 알리는 발 도장을 찍는다.
습관은 의지로부터 길들여지는 것
하영순 시인 / 한바탕 웃음으로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손가락 사이사이 세숫물 새어나듯
고왔던 추억도 쓰라린 설음도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여름날 낙수에 막혔던 찌꺼기 내려가듯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재빠른 발걸음도 빈틈없는 리듬도 반박자만 낮추고 이제는 더러더러 흘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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