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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진 시인 / 북소리
목덜미 수줍게 훅 훅 바람을 불어 귓불마저 빨개지면
가슴 한마당 둥 둥 진군進軍의 북소리가 울린다
공석진 시인 / 북한산
산은 시작부터 심통을 부렸다 세상 유혹에 곁 한번 주지 않은 내가 그리도 서운했을까 상심한 징조가 사납다
한참을 올랐더니 조금 마음이 풀렸는지 산은 곧 허리를 허락을 한다 눈부신 초록을 보여주고 새들의 여름맞이가 분주하다
거북바위가 정상을 오르려는 일념으로 나는 본 체 만 체 백운대만 쳐다본다 가야지, 가야지
마음을 비워야만 진정한 승자가 되는 법 끊임없이 정상에 도달해야 하는 세상사람들의 욕망을 어찌해야 하는가
사모바위 주변으로 모여든 남정네들은 떠나버린 옛 애인이 너무 그리워서 해후를 꿈꾸며
천일 기도하다가 바위로 굳어버린 사모바위의 꿈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 있는 비봉은 기세등등한 자세로 오지 않는 사람 기다리지 말고 이제 그만 내게 오라는 욕정이 집요하다
나는 이미 심한 질투로 마음 몹시 상하다가 어쩔 도리 없이 시퍼런 기세에 눌려 하산하고 말았다
기다려다오 이별이 잦은 망각의 세월 속 내 곧 다시 돌아오리니 너무 근심치 마라 너무 서러워 마라.
공석진 시인 / 불암산
수락산에 사랑 구하고 불암산에서 불알 놀란다 양미간 찌푸리던 부처 닮은 불암도 먼지에 눈결 흐려져 가뜩이나 큰 눈 훔치며 슬쩍슬쩍 곁눈질로 세상 여자 힐끗거렸다
그럼 그렇지 돌부처도 별 수 있나 뒤통수 긁적이는 본능 무너질 수도 있지 빙판이 도사리고 있는 산길을 걸으며 속세는 원래 그런 거다 부처 같은 말을 읖조렸다
공석진 시인 / 비우기
몸을 비우려고 물만 마시는 날이 벌써 여남은째 비워야 채워지는 걸 나이 쉰에 깨닫는다
마음을 비우기까지 또 얼마나 천겁(千劫)을 기다려야 하는지
비우는 연습을 가선지게 하면서 오늘도 물 두어 잔에 담구어 색 바랜 나를 버린다
공석진 시인 / '사랑해'라고 말하면
'사랑해'라고 말하면 그 말이 너에게로 가는 동안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가 안착할 수 있을까 가는 도중에 오히려 서운했던 오해 낯설었던 표정 이기적인 욕망까지 더해져 혹처럼 흉스레 변형되어 아픈 멍으로 박히진 않을까
'사랑해'라고 말하면 그 말이 너에게로 가다가 그 많은 그리움 짊어지고 혼자 허공을 떠돌지는 않을까 다행히 도달하여도 까맣게 잊어버려 '뉘신지,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너의 응어리진 마음 속 서러운 냉가슴에 기대어 오도 가도 못하고 빈 집에 갇혀 통곡을 하진 않을까
<공석진詩 '사랑해라고 말하면'>
공석진 시인 / 사모바위
당신은 어떤 욕심도 움켜쥐지 않고 그저 지나가는 바람의 궤적들을 잠시 만나고 헤어질 뿐 오랜 세월 흔들리지 않으시고 그리 설운 그리움으로 앉아 계십니까
누구나 그 앞에 서면 이기적인 천성이 갑절로 불어나 혼신의 힘을 다하여 그 자리를 차고 앉아 밀어내려 애쓰지만 추락하는 것은 시시때때로 춤을 추는 저급한 감성입니다
비우지 못하여 평생 짐이 되어버린 우울에 갇힌 꼽추는 지는 태양에 머리가 땅에 닿도록 등이 굽어 허공에 눈물을 뿌려대지만 당신은 언제나 파란 노을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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