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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진 시인 / 낙엽유감
낙엽을 맞으며 이별을 한다 이별을 준비하며 낙엽을 밟는다
보지 않기 위해 보여주지 않기 위해 고개 숙인다 뒷모습 감춘다
때마침 가을비 내려 낙엽 우수수 떨어져 갈색 이별을 재촉한다 우리 이제 헤어져요
지난 여름 뜨거웠던 사랑 빛 바랜 추억 낙엽에 입 맞춘다
공석진 시인 / 눈맞춤
별 하나가 번쩍 내 눈과 마주쳤다
아득한 저 곳에서 한 줄기 빛으로 날아 와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속 가슴에 꽂힌 사람 누구던가
막막한 이 곳에서 수백 광년 건너 가 그 많고 많은 별들 중에 한눈에 가득찬 별 누구던가
귀하고 기적 같은 저 별과 나의 눈맞춤.
<공석진詩 '눈맞춤'>
공석진 시인 / 늙는다는 건
늙는다는 건 나를 비우는 것이다
머리를 비운 기억상실 가슴을 비운 욕망상실 뼈를 비워 아픈 바람을 맞으며 살은 점점이 분해되어 허공으로 비산飛散하는 것
늙는다는 건 살아서 몹시 그리운 사람 저승에서 만날 수 있을까 서러움보다는 설레임으로 산산이 부서지는 나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새벽을 맞이하는 것
아, 오그라져 바스라져 폐기직전의 해골 닮은 나를 그대는 기억할 것인가 잊혀지는 나의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어차피 터럭 같은 인생 무거운 몸으로 신세를 지느니 물 위에 소금쟁이처럼 가벼워져도 영육이 자연스레 해체되어 완벽하게 환생할 수 있도록 내 사랑을 위하여 오래오래 살아야 할 일
공석진 시인 / 늦가을의 상념
밤사이 비바람 몰아치더니 하늘이 뿌연 부유물을 걷어내고 예쁜 미소를 보냅니다
키 높은 구름이 바쁘게 흘러가고 길가 코스모스는 목 아프게 구름을 좇아갑니다
어느새 내 마음도 님에게로 향하고 그렇게 가을은 종종걸음으로 산 중턱을 넘어섭니다
호수알 눈동자 해맑은 미소 보석같은 님의 목소리가 너무 그리워
뼈마디 삭이는 추억으로 입술 깨물며 조촘조촘 늦가을의 상념에 빠져봅니다.
공석진 시인 / 다 왔어
산을 가다 보면 일행이 길을 묻곤 한다 "얼마나 더 가?" "다 왔어"
가도 가도 끝이 나지 않는 길 힘들어도 갈 수 있다 포기하지 않게 가자! 가자! 희망을 다독이는 말 '다 왔어'
어렵게 어렵게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새 도착하고 나중에는 허탈하지만 지칠 땐 어떤 말보다 힘이 되어 주는 말 '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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