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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진 시인 / 처방(處方)
모든 인간은 저마다 삶을 견디기 위한 자신의 처방을 갖는다 _ 니체, 1876년
뽕나무밭이 퍼지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파리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업어갔을 거라 도망쳤을 거라
눈 밟는 소리를 내며 이파리들이 뒤척였습니다 달이 어머니 발등에 달빛을 털어댔습니다 깨금, 산초는 아랫목에서 말라갔습니다 어머니의 오디 같은 젖과 무릎을 내 잠이 놓쳤을 때 뽕나무밭에서 바람이 몰려왔습니다 도망쳤을 거라 업어갔을 거라 아버지는 문마다 문풍지를 덧발랐습니다
구름이 짓밟은 세월 아버지는 떠도는 일로 충만했습니다 물방울은 천근만근 어머니는 낮보다 밤이 훨씬 더 고단했습니다 물은 어둠의 가루를 반죽하며 연못으로 스몄습니다 업어갔을 거라 도망쳤을 거라 구름은 아버지의 처방, 반죽은 어머니의 처방, 공기의 딸들은 뽕나무밭에서 속옷을 벗어던졌습니다
도망쳤을 거라 업어갔을 거라
뽕나무밭이 넘실대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파리들이 차근차근 물방울을 모았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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