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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아 시인 / 물의 침묵
물은 돌의 입을 빌려 말한다 먼저 흐르던 물이 돌, 외치면 뒤에 따라가던 물도 돌, 하며 흘러간다 물이 물을 만나면 말이 많아지고, 차곡차곡 쌓인 돌로 가슴은 무거워지고, 말과 말은 한 데 뭉쳐서 힘없는 누군가에게 날 선 칼이 된다 돌돌, 돌돌 수군거리는 떼거리가 된다 보이지 않은 칼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와서는 계곡의 옆구리를 깎고 할퀴고 물어뜯는다 급하게 휘돌아 나가는, 위태로운 삶의 급경사에 이르면 상처 많은 계곡의 거친 물소리가 들린다 물은 커지는 말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사나워진 말의 물살을 가라앉히기 위해, 때로는 낭떠러지 앞에서 한 마리의 용처럼 포효한다 높은 곳에서 시원하게 몸을 던지며 말을 떨쳐내는 폭포수의 용기는 장엄하다 비워진 자신을 이끌고 떨어진 물은 강으로 간다 소한(小寒)에 강둑을 걸어보면 열반(涅槃)에 든 침묵하는 언 물을 보게 된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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