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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진화 시인 / 입맞춤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2.

최진화 시인 / 입맞춤

 

 

  눈 내린 새벽

  한 가지 색으로 덮인 섬은

  왜 이리도 따뜻할까

  그 속에 잠겨 내 몸도 녹아버렸으면 좋겠네

 

  하지만 나는

  황금빛 목덜미에 분홍빛 큰 부리를 가진

  짧은꼬리알바트로스

  위풍당당 서곡에 맞추어

  만 오천년 전부터 펼쳐 온 날개는

  얼음산과 해일과 폭풍 속을 뚫고

  가장 높이, 가장 멀리, 가장 오래 날아가려하네

 

  절벽을 치고 나가

  바람에 안겨

  대양을 비행하는 이 쓸쓸한 자유로움

  너 하나만을 사랑한 그 곳으로

  나 날아가네

 

  한 가지 색으로만 덮인 세상에는

  이제 돌아가지 않으리

 

  우리가 둘이었던 시간

  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네

  제각기 뛰던 심장

  어느 새 함께 뛰고 있으니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최진화 시인

경기도 동두천에서 출생. 2005년 계간 《문학나무》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