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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유리 시인 / 뼈로 우는 쇠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2.

조유리 시인 / 뼈로 우는 쇠

 

 

  울음에도 뼈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징을 잡은 저 사내

  손아귀에 친친 처매져

  부서졌다 까무룩 일어서는 저것은 뭐란 말인가

  힘껏 내리칠 때마다 패는 가슴골

 

  어떤 통증은

  한 시대의 테두리를 오래 맴돌다

  낱낱이 제 신념으로 되돌아와 돋을새김 된다

 

  고도로 숙련된 꾼의 울대에서라야 완성된다는

  울음잡기, 그러니까 놋쇠 덩이는 만리 밖으로 파동쳐 갈

  습한 음역의 전생인 것이다 그것은 태생 이전부터

  먼 행성의 신열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던 것

 

  쇠가 운다, 피돌기를 따라

  파문이 인다

  명치 한복판을 헐어 뼈와 뼛사이에

  몰아치는 장단마다 쇳가루가 쏟아진다

 

  함몰된 소(沼)의 깊이만큼 여울이 생기고

  바람이 쇳물을 길어 나르는 동안

 

  이 땅의 사내들은 불덩이를 인 가슴뼈를 전부 탕진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조유리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8년 상반기 《문학·선》 신인상을 통해 등단. 15회 시산맥상을 수상.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