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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찬 시인 / 전광판에 새겨지는 기호학
전광판에 새겼다, 너의 이름들 1234567890, 이것은 삶이 죽음을 추모하는 방식
너는 아직 나의 이름을 새겨본 적 없다 0987654321, 전광판이 나의 죽음을 추모하는 방식은 이렇다 꽃잎 하나, 꽃잎 둘,
죽음의 본질은 이렇다 비주얼한 슬픔의 발광다이오드 가령, 현상이란 이런 것이다 바람에 꽃잎이 나부낄 때
하염없이 떠가는 저 잎잎의 주검들, 우리는 일제히 전광판을 바라본다 너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인 듯 착각하고 또 착각한다
1234567890 혹은 0987654321 오늘도 베껴쓴다 전광판은 죽음이라는 본질 앞에 삶은 이런 것이다, 모금함 구멍 안으로 꽃잎 한 장 떨어진다
속수무책이다 복제되고 복제되는, 오열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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