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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공석진 시인 / 산은 고독하다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6.

공석진 시인 / 산은 고독하다

 

 

산은

고독하다

 

홀로 사랑한들

그 누가 알아주랴

 

잊혀져 가슴 아린

낯선 사람

 

마른 정情 스치어

생채기주는 사람

 

겸허하게

너를 용서하련다

 

물이 낮은 곳으로만

찾아가듯

 

나를 낮추어

너를 맞으리니

 

주저치마라

두려워마라

 

햇살이 눈부셔 허리굽은

길 섶 들꽃처럼

 

산은 기다림에

고독할 뿐이다

 

 


 

 

공석진 시인 / 산이 되고 싶소

 

 

산이 되고 싶소

공허한 사람 모두

그리움 가득

채우고 가라

그러고 싶소

 

내 등을 타고

내 허리를 밟으며

세상 설움 모두

버리고 가라

그러고 싶소

 

그리하여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과 합쳐

산처럼 쌓여

정녕 산이 되면

 

미처 오지 못한

사람들 위해

꽃숲에 첩경을 놓아

비묻어오기 전

길마중 나갈 테요

 

 


 

 

공석진 시인 / 석양은 붉다

 

 

가느란 바람에도

소리 없이 낙하하는

초췌한 낙엽으로

세상을 단념하는가

 

노화는 진화

해는 질수록

먹먹한 가슴에

뿌려진 눈물만큼 선명하다

 

생 가슴앓이

아물지 않은 상처로

잿빛으로 채색하듯

미련 두고 떠나진 않으리

 

서녘 하늘 태양은

초경(初經)의 혈흔처럼

기세 등등하게

그대로 멈춰 서있을 것이다

 

 


 

 

공석진 시인 / 선자령을 오르며

 

 

'한번 가 보시오!'

덜덜 치를 떠는 계곡물이

우려(憂廬)하며 급하게 하산하였다

 

칼로 베이는 서걱임쯤이야

볼이 떨어져 나가듯

절단된 삶의 군더더기

한발 한발 유기시키는데

 

아, 천국의 문지기!

세상 풍파 동장군에 대항하다

삭풍에 입 돌아간 풍차

덩치 크다 몸 성하랴

하얗게 벗은 아랫도리가 시렸다

 

삽시에

하늘 정원 발을 딛고서

절정의 반전에 환호하는 내게

길목 지키고 선 선자(仙子)

'어서 와 내 등을 밟으시오!'

갈채를 보냈다

 

 


 

 

공석진 시인 / 송악산

 

 

비 바람에 막히어

발 묶인 그리움

 

지켜보는 마라도

슬퍼 마라

한숨 지을 때

 

성난 바다

둔덕에 비스듬

산을 저격하였다

 

검푸른 파도

송악의

구멍난 가슴을 쳤고

 

지척에 산방이

상련의 동병을

끙끙 앓았다

 

 


 

 

공석진 시인 / 시산제

 

 

눈물겨운 인내력에

데구루루

햇살은 기슭에 구르는데

 

세상은 인정머리 없다고

발붙일 여지도 없다고

섣부른 상상의 유회

 

속 좁은 생각을 속죄하려

올리는 제사에

기분이 흡족하여

혼을 다하여 산을 베푼다

 

 


 

공석진 시인

1960년 경기 송탄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과. 2007년 한류문예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고양문인협회 회원. 전 시와창작작가회 회장. 연합경찰신문 논설위원. 현 현대자동차 대리점 대표. 시집-1집 <너에게 쓰는 편지>. 2집 <정 그리우면>. 3집 <나는 시인입니다>. 4집 <흐린 날이 난 좋다>. 5집 <지금은 너무 늦은 처음이다>. 시화집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