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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진 시인 / 산은 고독하다
산은 고독하다
홀로 사랑한들 그 누가 알아주랴
잊혀져 가슴 아린 낯선 사람
마른 정情 스치어 생채기주는 사람
겸허하게 너를 용서하련다
물이 낮은 곳으로만 찾아가듯
나를 낮추어 너를 맞으리니
주저치마라 두려워마라
햇살이 눈부셔 허리굽은 길 섶 들꽃처럼
산은 기다림에 고독할 뿐이다
공석진 시인 / 산이 되고 싶소
산이 되고 싶소 공허한 사람 모두 그리움 가득 채우고 가라 그러고 싶소
내 등을 타고 내 허리를 밟으며 세상 설움 모두 버리고 가라 그러고 싶소
그리하여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과 합쳐 산처럼 쌓여 정녕 산이 되면
미처 오지 못한 사람들 위해 꽃숲에 첩경을 놓아 비묻어오기 전 길마중 나갈 테요
공석진 시인 / 석양은 붉다
가느란 바람에도 소리 없이 낙하하는 초췌한 낙엽으로 세상을 단념하는가
노화는 진화 해는 질수록 먹먹한 가슴에 뿌려진 눈물만큼 선명하다
생 가슴앓이 아물지 않은 상처로 잿빛으로 채색하듯 미련 두고 떠나진 않으리
서녘 하늘 태양은 초경(初經)의 혈흔처럼 기세 등등하게 그대로 멈춰 서있을 것이다
공석진 시인 / 선자령을 오르며
'한번 가 보시오!' 덜덜 치를 떠는 계곡물이 우려(憂廬)하며 급하게 하산하였다
칼로 베이는 서걱임쯤이야 볼이 떨어져 나가듯 절단된 삶의 군더더기 한발 한발 유기시키는데
아, 천국의 문지기! 세상 풍파 동장군에 대항하다 삭풍에 입 돌아간 풍차 덩치 크다 몸 성하랴 하얗게 벗은 아랫도리가 시렸다
삽시에 하늘 정원 발을 딛고서 절정의 반전에 환호하는 내게 길목 지키고 선 선자(仙子) '어서 와 내 등을 밟으시오!' 갈채를 보냈다
공석진 시인 / 송악산
비 바람에 막히어 발 묶인 그리움
지켜보는 마라도 슬퍼 마라 한숨 지을 때
성난 바다 둔덕에 비스듬 산을 저격하였다
검푸른 파도 송악의 구멍난 가슴을 쳤고
지척에 산방이 상련의 동병을 끙끙 앓았다
공석진 시인 / 시산제
눈물겨운 인내력에 데구루루 햇살은 기슭에 구르는데
세상은 인정머리 없다고 발붙일 여지도 없다고 섣부른 상상의 유회
속 좁은 생각을 속죄하려 올리는 제사에 기분이 흡족하여 혼을 다하여 산을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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