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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철 시인 / 넥타이
그렇게 말고 이렇게 매듭을 묶을 수도 있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니 그 후로 그렇게 말고 이렇게도 인생을 묶으며 살아왔다 아니 늘 이렇게만 살았다 이렇게 묶을 때마다 네가 준 내 인생 때문에 사무쳐 목이 메인다
나해철 시인 / 눈
눈이 허리까지 내려 쌓인 날 태어났다 했었지 골짜기 깊은 곳에서 붉은 동백처럼 피어났겠구나 그래 네 사랑은 눈에 갇힌 동백과 같았다 붉어서 아프고 흰 눈 속이어서 아팠다 하얗게 바랜 내 가슴의 흰 눈밭에 너는 붉게 피어서 동백같이 아팠다
나해철 시인 / 달
너를 만나려면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달아 너의 몸 아래 내 몸 눕히려면 어두워야만 한다 황홀한 네 빛이 내 영혼에 가득하기까지는 밤이 와야 한다 햇빛에서는 아름다운 네 모습 볼 수 없어 그러므로 밤뿐인 사랑 어둠뿐인 사랑이다 달아 이지러져서 내 심장 멎게 하다가 터질 듯 차올라 내 가슴 달뜨게 하는 달아 너를 만나려면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밤뿐인 사랑 어둠뿐인 사랑이다
나해철 시인 / 담쟁이
살았을 뿐이다 살아내야 할 시간을 견디며 빈자리에 푸른 잎을 토해냈을 뿐이다 다만 절체절명 사는 일을 위하여 살아냈을 뿐이다 오늘 너는 흰 절벽을 푸르게 덮었다고 하는구나! 시간들이 직벽으로 서 있었는가? 절벽에서 살아왔는가? 절체절명 이 시간 살이 터지며 또 푸른 것 하나 토하자꾸나
나해철 시인 / 독한
독한 것아 이 독한 것아 눈물이 없는 것아 울 줄을 모르는 것아
인간의 자리가 아니라 벼슬자리에 앉아 있는 것아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제 편만을 위하는 것아
봄은 없고 겨울만 있는 것아 땅 위에 풀 나무는 없고 쇠붙이만 있는 것아
물길 마른 대지에 메마른 가뭄뿐인 것아
생명 무시, 독선, 냉혹, 편가름, 거짓 적 만들기, 허위, 공수표로 말만 하고 나 몰라라 하기, 남 모멸하기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공허한 것아
비애와 사무침이 긋지 못하고 하염없이 메아리쳐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고장난 것아
('독한 - 세월호 규명시 287'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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