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해철 시인 / 비
비오는 날을 젖었다
함께라면 기쁨에 따로라면 그리움에 젖었다
시간이 흐르고 비 오는 날은 젖었다
당신은 뼈아픔에 나는 슬픔에 젖었다
당신 얼굴에 흐르는 비로 멀리서도 내 얼굴 젖었다
나해철 시인 /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날은 젖었다 함께라면 기쁨에 따로라면 그리움에 젖었다 시간이 흐르고 비 오는 날은 젖었다 당신은 뼈아픔에 나는 슬픔에 젖었다 당신 얼굴에 흐르는 비로 멀리서도 내 얼굴 젖었다
나해철 시인 /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때로는 나란히 선 키 큰 나무가 되어 때로는 바위 그늘의 들꽃이 되어 또 다시 겨울이 와서 온 산과 들이 비워진다 해도 여윈 얼굴 마주보며 빛나게 웃어라 두 그루 키 큰 나무의 하늘쪽 끝머리마다 벌써 포근한 봄빛은 내려앉고 바위 그늘 속 어깨 기댄 들꽃의 땅 깊은 무릎 아래서 벌써 따뜻한 물은 흘러라 또 다시 겨울이 와서 세월은 무정타고 말하여져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벌써 봄 향기 속에 있으니 여윈 얼굴로도 바라보며 빛나게 웃어라
나해철 시인 / 세탁기
한 세상 잘 놀다 간다는 말은 나, 게으르게 살았다는 말 나, 죄가 크다는 말 나, 한 세상 잘 놀고 있다 양심은 팬티와 같은 것 가끔 벗어서 세탁기에 빤다 말려서 다시 입는다
한 세상 슬픔을 잊고 웃다 간다는 말은 나, 독하게 살았다는 말 나, 한을 주었다는 말 나, 한 세상 늘 웃고 있다 의무는 런닝셔츠와 같은 것
나의 세탁기에서는 땟물과 함께 눈자위 붉은 그리움이 배수구를 통해 흘러나간다
나해철 시인 / 쓸쓸한 그것
나뭇잎을 물들이다 떨어지게 하는 것 세월을 밀어 한 시대를 저물게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로 밀려와 저만큼 조용히 있다
시집도 편지도 태워서 재가 되게 하는 것 살도 뼈도 누우면 흙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로 밀려와 저만큼 조용히 있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허호석 시인 / 낙서 외 7편 (0) | 2020.06.28 |
|---|---|
| 김지향 시인 / 개울가 그 집 외 5편 (0) | 2020.06.28 |
| 공석진 시인 / 우면산은 잠들고 싶다 외 5편 (0) | 2020.06.28 |
| 강연호 시인 / 슬픈 일만 나에게 외 4편 (0) | 2020.06.28 |
| 박남철 시인 / 고은 담론: 아는 척해온 자의 일생 (0) | 2020.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