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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시인 / 얼굴 없는 얼굴 1
달그락 거리지 마세요 그들이 깨어나겠어요 식탁에 앉는 일조차 소리 내는 일이지만 그런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어요 위층에서 의자 끄는 소리와 그 소리 듣기 싫다 내지르는 소리도 다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오늘만큼은……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와 시커먼 다만 시커멓게 죽은 아이들 발가락 없어 손가락 없어 어디로 가지도 못하는 아이들
인쇄글자만 읽는 당신은 나보고 왜 밥상 앞에서 신경과민이냐 하지만 진짜 신경과민은 보고도 못 본체 할 수 있는 당신의 무신경 첫째는 양념불고기 지겹다 입이 댓발 나오고 둘째는 간장게장 먹고 싶다 내내 투덜거려요
우리 애들은 편식을 무슨 자랑으로 여기고 있지만 죽어서도 손가락 빨고 있는 아이들은 국제면 헤드라인 박스 속에 놋숟가락처럼 굽어져 있어요
낡은 망사 가만 풀어 헤치면 잘려나가고 짓물러터진 잠들지 못한 잠 보이나요, 첩첩 하얗게 번진 어둠 고깃 국물 떨어지니 그 얼굴들 한 순간에 뭉개져버리네요 눈짓 없는 눈빛이 한 방울 물기로 환하게 지워져요
첫째가 밥 맛 없다 일어서자 둘째도 따라 일어서요 위층은 갑자기 조용해지고 당신은 밥 한 그릇 후딱 해치우네요 죽은 아이들이 퉁퉁 불은 시간으로 내 입을 바라보고 나는 검은 밥을 씹지도 않고 통째로 삼켜 버려요 저녁의 시간이 눈 먼 저녁의 시간으로 흐르게 말이에요
웹진 『시인광장』 2010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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