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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현 시인 / 민들레 약국
1 민들레약국 지나갈 때마다 얼굴을 비춰본다
여러 장의 유리가 보호하고 있는 네모난 허공 하나
민들레는 피가 하얗다 핏빛 가운을 입은 주인은 허공 어디에 머물러도 잘 보인다
식물과 인간을 묶어두기에 흰 빛만으로는 부적절하다
2 민들레 앞에서는 의심 없이 나비가 된다
심층까지 휘발성인 나비
기웃거리는 마음은 날개를 폈다 접었다 유리에 얼비치는 그림자를 뚫지 못하고
늘 혼자인 주인이 허옇게 뚱뚱하게 불어난다 거울 밑바닥에 퇴적된다
3 장마철에는 민들레도 흰 빛도 녹슨 셔터도 웃자란다
깃털 씨앗을 다 날려 보낸 민들레 대궁처럼 다 날려 보낸 그도 민머리이다
흰옷이 웃자라서 발끝에서 머리까지 밀봉해버렸는지
장마가 물러갈 즈음 그가 보이지 않는다
4 무심코 써본 ‘민들레약국’
보이지 않던 수평선 너머에서 바지선을 끌고 오듯 약국 민들레의 현실을 예인해온다
파도 잠잠한 백지 위에 있었던 적이 없었던 그것을
웹진 『시인광장』 2011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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