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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범 시인 / 아가씨
대륙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왔다. 당신은 오래 전에 늙어버려, 눈물도 말라버린 오후였다. 거울 속의 당신을 굽어보며 어느덧 거울 밖의 당신도 늙어버렸지만 당신의 젖무덤은 아직도, 부끄러운 저물녘을 기억하며 영원히 늙을 수 없는 당신을 위무했다. 거울 밖의 당신은 늙어버린 오후를 곁에 두고 거울 속의 당신이 낯설었다. 붉게 물든 저녁놀은 양떼구름의 흘러가야 할 궤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늙어버린 거울 속의 당신에게, 거울 밖의 당신은 처음처럼 인사를 건넸다. 낯선 연민처럼 거울 밖의 당신은, 거울 속의 놀랍도록 적막한 당신을 바라본다. 별자리마다 도륙당한 가축의 피가 물드는 밤이 오면, 오래 전에 잊힌 당신의 생애가 울음을 터뜨렸다. 등을 돌리고 누운 자리마다 낯선 혀를 내민 노파가 말라 죽었지만 당신의 연민은 그토록 무심했다. 대륙으로부터 불어온 바람 속에서 당신의 전생이 천천히 걸어 나와 거울 속의 당신의 손을 잡았다. 거울 밖의 당신은 거울 속의 당신과, 대륙으로부터 불어온 당신의 전생을 외면하며 사무치게 무심했다. 대륙의 바람과 양떼구름은 너무나 먼 곳으로부터 흘러왔으므로 진실과 실체는 알 수 없다고 거울 밖의 당신은 애써 생각했다. 모든 진실과 실체는 거울 밖의 당신뿐이었으므로 거울 속의 온통 늙어버린 당신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눈물을 흘렸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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