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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미영 시인 / 마비노기*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29.

강미영 시인 / 마비노기*

 

 

  발목이 겨울도 아닌데 시려와요

  가슴에서 올라오는 울음사탕 주렁주렁 매달고

  오래전 잃어버린 운동화 한 짝을 찾아요

  까치발로 오래도록 둥근 사탕

  입안에 넣고 굴리면

  당신의 숨결을 들을 수 있을까요

 

  눈이 퉁퉁 붓도록 거울을 닦으며

  한걸음 앞에서 너울,

  노래가 형식이 되는 것만큼 아픈 것들이 없다고

  밤마다 분수대는 숨을 죽여요

  별들이 가득했던 가방 속엔

  춤으로 만들어진 굳은살

  종종 걸음을 멈추게 해요

  당신을 찾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도돌이표 따윈 두렵지 않아요

 

  사랑의 외투는 흙빛으로 변해가고

  아무렇게 벗어놓은 신발들이

  무수히 흩어져 반짝거리는데

  발목이 시려올까요, 왜

  목이 긴 햇살 넘어

  당신의 노래가 있기는 하는 걸까요

 

  당신 때문에

  당신을 버리는 순간이 없기를,

  백지 안에서 날마다 목을 걸고

  매순간 현의 울림을 팽팽하게

  이 앙다물고 오래도록 눈멀면 안 될까요

  당신과 함께 어두워진 숲에서도

  왜가리 줄넘기를 할 수 있는데

  발목은 시려올까요, 왜

 

*음유시인이 부르는 노래

 

웹진 『시인광장』 2011년 3월호 발표

 

 


 

강미영 시인

서울에서 출생. 2004년 《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 현재 『시와 세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