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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영 시인 / 7월에게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고은영 시인 / 8월처럼 살고 싶다네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개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 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값없이 누리는 순수와 더불어
잔잔한 위안을 얻나니 희망의 울창한 노래들은
거덜난 청춘에 어떤 고통이나 아픔의 사유도 새로운 수혈로
희망을 써 내리고 의미를 더하나니
친구여, 나는 오직 8월처럼 살고 싶다네
고은영 시인 / 기억의 날개를 접으면서
인생아 인제 그만 아프자. 너무 힘들어 지치면 어찌하느냐 ? 더러는 기억의 눈금으로 망각의 봇짐을 싸고 지금쯤 황혼 서녘에 떼 지어 무리로 나는 기러기 따라 이사를 떠날 지어다. 사랑아 미워하지 않으마. 달아나지 마라. 달이 차 기운다 하면 너를 그리워한들 소용없는 짓 갈잎에 혼돈하던 서러운 이별쯤은 덤덤하게 보내기도 하며 눈물의 흔적마다 맑아 우울한 거문고 애끓는 노래하면 눈물아 그만 날 놓아다오. 이제 되었다. 거식증에 걸려 자주 너에 배가 부르면 고칠 수 없는 중병이 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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